'레이' 영화 리뷰 | 몸의 장애가 마음의 장애로 옮겨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라이브로 흥겨움과 짜릿함이 필요한 이들에게 2시간 32분 동안 째즈바로 초대하는 영화가 바로 '레이(Ray, 2004)'다.
“자서전은
자신을 위장하는 가장 교활한 수법인 반면
전기는
남의 얼굴을 빌려 자신을 드러내는 수줍은 장르다”
라며 ‘거대한 고독’의 번역가 이재룡氏가 쓴 글을 봤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자신이 쓰느냐 아니면 타인이 쓰느냐에 따라 위장하느냐 수줍게 고백하느냐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영화는 자서전의 의미보다는 전기의 의미를 지닌 영화가 대부분이다. 남의 얼굴을 빌려 자신을 드러내는 수줍은 고백, 레이 찰스의 전기를 다룬 영화 '레이'다. 2004년 개봉 영화다.
자서전이든, 전기든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쓴 책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한 인물에 대한 삶을 통해 개인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는 영화가 바로 '레이'다.
흑인 소년 레이(제이미 폭스 분)는 동생의 죽음 이후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7살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레이의 엄마 아레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들이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 "몸의 장애가 마음의 장애가 되면 안된다"며 엄한 교육으로 레이를 교육시킨다.
천부적인 감각과 교육에 힘입어서, 레이는 보이지 않지만 발소리의 울림을 통해 길을 다닐 때 지팡이 없이 걸어다닐 정도로 뛰어난 청각을 갖게 된다. 또한 피아노에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이던 그는 가수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던 장면은 레이가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장면에서, 노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박자를 맞춰서 음을 누르는 부분은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이다. 역시 천재적...
앞이 보이진 않지만, 레이는 가스펠과 블루스를 접목시킨 '소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곡 'I've got a woman'으로 젊은 층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인기 뮤지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즉흥적인 창작곡을 만드는 실력도 뛰어나며, 자신의 심경을 음악에 담는 천부적인 음악적 소질을 가진 레이는 그가 눈이 안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산다. 그러나, 어릴 적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레이는 동생의 죽음이 환영처럼 따라다니는 괴로움을 마약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음악적으로 성공하지만, 마약에서 손을 땔 수 없던 그는 선택의 귀로에 놓이게 되고....
레이 찰스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된 영화 '레이'는 영화를 보는 2시간 35분 동안 째즈바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다. 째즈바에서 영화를 한편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했다"
라는 통상적인 교훈을 말하기 보다, 하늘이 그의 음악적 재능을 시기해서 눈을 가져가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음악에 빠져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흑인들의 소울을 듣고 있으면 한과 설움을 느끼게 되는데, 반면 레이 찰스의 곡들은 인생의 흥겨움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저돌적이고, 자극적이고...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은 레이가 연주할 때는 그의 눈이 살아서 노래를 타고 관중을 향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앞을 못보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건 그가 걸어 다닐 때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실제 몸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눈이 보이지 않은 장애에 고통스러워하기 보다 동생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해 그가 마약에 빠졌듯이 말이다.
몸의 장애가 마음의 장애로 옮겨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흥겨운 재즈 속으로 빠져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요즘 영화 '레이'를 다시 보는 건 어떨까.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했던 레이 찰스는 자신의 인생을 영화화함에 있어 보탬도 거짓도 없는 진실 그대로를 담아 달라고 감독 테일러 핵포드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2004년 마지막 생을 마감한 레이찰스. 그의 노래들로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의 순간들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레이'다.
그리고, 실제 레이찰스 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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