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머니는 계속 어머니’이었고, ‘아버지는 계속 아버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으로 태어났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머니도 과거에는 작고 귀여운 아이, 수줍은 많은 소녀, 그리고 감성적인 숙녀이었을 것이고, 아버지도 울기만 하던 아이, 장난기 많은 소년, 그리고 꿈을 꾸던 청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이 커서 위대한 어머니가, 위대한 아버지가 된다. 부모님, 혹은 그 윗세대까지 처음부터 어른이었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조금 미안해지면서, 마음이 짠한 영화를 봤다. 철없는 어린 시절에 고통스런 전쟁을 보냈고, 꿈 많은 청춘 시절에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했고, 가정의 행복을 누릴 쯤 더 나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또 다시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던 세대의 아버지들. 그런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바로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2014)’이다. 6.25전쟁으로 인해 급하게 피난을 떠나는 한 가족. 어린 덕수(황정민 분)는 배를 타다가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정진영 분)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이제부터 네가 가장이니까, 가족들 잘 지켜라” 아버지와 헤어진 덕수는 어머니와 두 동생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에 살고 있는 고모네를 찾아가 고된 삶을 시작한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덕수는 구두를 닦는 일부터 생선박스 팔기, 좀더 나이가 들어서는 해외의 일꾼으로 파병되는 등 힘겨운 일들에 뛰어든다. ‘선장’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꿈꿀 시간도 없이 가족들을 위한 삶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린 덕수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가족들을 잘 지켜라”라는 아버지의 말. 그 말로 인해 자신을 위한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가족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덕수의 삶을 우리는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된다. 그러고 보면, "가족들을 잘 지켜라"라는 말은 어른인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