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변우석이 주연한 뭔가 아쉬운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아이유와 변우석. 이 두 이름만으로도 이미 보기로 결심한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다.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고, 실제로 보면 왜 화제가 됐는지는 단번에 이해가 간다. 영상이 정말 예쁘다. 두 주인공도 예쁘고 잘생겼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자꾸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장면이 바뀌었는데, 그 사이에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히 보고 있는데, "이 장면이 왜 이렇게 됐는지"가 설명이 안 되는 순간. '21세기 대군부인'은 그런 순간이 생각보다 자주 온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 있다.

이안대군이 몸이 아프다. 성희주가 그를 호텔로 데려가서 쉬게 하고, 자신의 주치의까지 부른다. 이안대군은 열이 나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바로 그 타이밍에 중전이 들어온다. 그리고 다음 장면, 이안대군은 가운을 걸치고 멀쩡히 서서 성희주 옆에 있다.

응? 어떻게 된 거지?

방금 전까지 쓰러져 자고 있던 사람이 중전이 들어오자마자 언제 일어나서 옷을 걸쳐입고 서 있게 된 건지... 그 사이의 연결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장면이 바뀌고, 서 있다. 시청자로서는 "뭘 빠뜨린 거지?" 하고 잠시 화면 밖으로 튕겨나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이안대군이 성희주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좀 아쉽다.

과거 학교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 지금의 이안대군이 성희주에게 마음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 연결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순간이 이안대군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는지가 좀 더 또렷하게 그려졌더라면, 지금 이 두 사람의 감정선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텐데. 보는 입장에서는 "아, 그래서 좋아하는구나" 보다 "어, 그래서 좋아하게 된 거야?" 하고 한 박자 늦게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또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성희주 역의 아이유는 사실 딱 봐도 예쁜 얼굴의 연예인이 아니다. 아이유 특유의 매력과 분위기가 있는 배우지, 드라마 속에서 주변을 압도하는 '절세미인'의 포스를 내뿜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안에서는 성희주가 등장하면 모두가 반하고, 이안대군의 시선이 꽂혀야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특히 옷을 차려입고 나타나는 장면에서, 이안대군이 눈을 떼지 못해야 하는 순간인데... 솔직히 그게 그렇게 설득이 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

물론 이건 아이유를 탓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연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희주라는 인물이 단순히 외모로 반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아닌데도, 드라마는 자꾸 '비주얼로 홀린다'는 연출 방식을 택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유가 가진 진짜 매력인 눈빛이나 감정 표현, 말 한 마디의 무게감 같은 것들이 오히려 흐려진다. 게다가 변우석의 비주얼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변우석에게 쏠린다. 성희주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순간인데도 이안대군에게 화면이 기울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이유가 잘못한 것도, 변우석이 잘못한 것도 없다. 두 배우 모두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가 두 사람의 강점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들이 아쉬운 이유는, 두 배우가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이 오면 이런저런 생각 같은 건 잠깐 다 잊게 된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이다. 배우들이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감정을, 연출이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으니까.

화면이 예쁜 것과, 이야기가 탄탄한 것은 별개라는 생각이 든다. 반짝이는 것이 꼭 빛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 장면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장면으로 이어지는 맥락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시청자는 화면 밖으로 튕겨나가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 보는 중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는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고, 영상은 오늘도 아름답고, 나는 여전히 금토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21세기 대군부인'... 남은 회차에서 이 빈 연결들이 좀 더 촘촘하게 채워지길 바라면서. 드라마가 가진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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